코로나 시대를 지나오면서 배달 음식이 심하게 일반화되었죠. 저도 개인적인 사정으로 요리를 할 수 없는 시기가 있었어서 배달 음식 신세를 많이 지곤 했습니다. 코로나 이전 시대에는 배달을 하지 않던 식당들도 당연스레 배달을 하게 되어 다양한 메뉴를 집에서 먹을 수 있게 된 건 참 좋은데요.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비닐, 플라스틱 쓰레기와 나날이 상승하는 배달비를 생각하면 환경과 지갑에 미안한 마음이 가득해져 맘 편하게 먹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가 배달 음식의 단점을 없애면서 맛난 요리를 즐기기 위해 시도한 작은 모험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지긋지긋한 플라스틱 쓰레기 😡
플라스틱 배달 용기는 일단 열기부터 어렵고 - 비닐을 열로 녹여 붙이는 방식이 많은데 너무 귀찮지 않나요! 비닐을 완벽히 제거하기도 너무 어렵고! - 먹고 난 뒤에는 설거지해서 내놓아야 하는데 아니 왜 일회용품인데 설거지까지 내가 해야 하나 싶어지고 (그러나 씻어서 내놓지 않으면 재활용이 안 된다고) 기껏 씻어서 내놓아도 양념이 배어들어서 염분이 많으면 또 재활용에서 제외된다고 하고... 너무 단점이 많은 포장재라고 생각합니다. 플라스틱에 대해 알아봤는데 2015년까지 인류가 생산한 플라스틱이 무려 83억톤인데 그 중 9% 남짓한 6억톤만이 재활용 되고 그나마 6억톤 중에서도 1억톤만이 2회 이상 재활용된다고 합니다. 플라스틱은 그래도 재활용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 비중과 양을 보니 역시 재활용이고 뭐고 애초에 안 쓰는게 최고다 싶어집니다.
용기를 내어 용기를 가져가본다
그래서 플라스틱 쓰레기 없이 배달음식을 즐기기 위해 배달음식의 가장 큰 장점인 '내 집까지 빠른 배달' 부분을 포기하고 집에서 큼지막한 반찬통을 챙겨서 테이크아웃을 하러 가보기로 했습니다. 원래는 베스킨라빈스에서 아이스크림이라도 사볼까 했는데 SPC 불매 때문에 (#불매는나의힘) 방향을 바꿔서 집 근처 분식 가게에서 반찬통 테이크아웃을 시도해보기로 했습니다. 분식집이지만 체인점이라 어쩌면 정책상 안 받아줄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을 안고 두근두근 가보았습니다.
어이없을 정도로 쉬웠다!
MBTI가 INFJ인 사람이라 (이런 거 잘 믿진 않지만 제가 내향성이라는 것만은 부정 불가한 진실이라...) 상당히 큰 용기를 끌어모아서 가야만 했는데요. 플라스틱 쓰레기 처리하기 너무 힘들어서 여기에 담아가고 싶다고 하며 반찬통을 꺼내니 직원 여러분 모두 "맞아요, 저희 일회용기 매일 너무 많이 써요!" 라면서 흔쾌히 용기에 음식을 담아주셨습니다. 다행히 가게도 한가한 시간이라 다른 손님들 눈치도 보이지 않았구요. 아니, 사실은 다른 손님들 앞에서 보란듯이 해서 앞으로 이 가게 음식을 먹을 때는 이렇게 그릇을 가져와서 받아와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면 더 좋았겠지만요. 순대와 떡볶이를 샀는데 (저는 밀떡파입니다) 장바구니도 가져갔기 때문에 비닐봉지도 받지 않았고, 일회용 간장과 소금도 거절해서 정말 일회용품 제로(!) 상태로 위풍당당하게 귀가할 수 있었습니다.
뿌듯하기 그지 없는 한끼 식사 😘
배달비를 아끼게 된 것도 기쁘지만 음식을 사먹으면서 쓰레기를 전혀 배출하지 않게 된 점이 너무 기뻐 평소보다 훨씬 마음 편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따뜻한 음식은 먹을 때부터 쓰레기 치울 걱정이 생기고 또 미세 플라스틱이나 환경호르몬이 요리에 배어나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되는데 그런 불편한 마음 하나도 없이 먹으니 정말 맛있게 먹을 수 있었어요. 이것이 바로 '안식이라는 이름의 향료'의 효과로군요. 게다가 걸어서 다녀왔기 때문에 같은 음식을 먹어도 배달시켜서 먹는 것보다 조금은 운동량을 채운 뒤에 먹게 되어 건강에도 아마 더 좋았을 거라 뿌듯함은 커져만 갔습니다. 시도해보기 전에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직접 경험해보니 쓰레기 없는 장점은 물론이고 정서적 장점이 생각보다 크네요.
소에라 가족들도 함께해요!
텀블러에 커피를 테이크아웃 하는 건 쉽지만, 반찬통에 음식을 테이크아웃 하는 건 조금 용기가 필요한 일이죠. 하지만 이것도 하다 보면 익숙해지는 타입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받아가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식당들도 자연스럽게 용기 사용을 장려해줄 거라 생각합니다. 텀블러에 커피를 담아가면 할인해주는 카페들처럼 식당들도 지참 용기에 테이크아웃 해가면 할인을 해주는 문화가 생길지도 몰라요! 그 날이 오길 기다리며 앞으로도 조금씩 '지참한 용기에 테이크아웃 하기'를 도장깨기 하듯 도전해나가야겠다고 생각해봅니다.
:: 소에라 추천 코너 ::
이 코너에서는 매주 하나씩 환경과 관계된 책이나 다큐멘터리, 뉴스레터 등을 소개합니다. 설문조사를 통해 추천을 받고 있으니 좋은 정보를 알고 계시면 망설이지 말고 공유해주세요. 모두의 정보를 모아 더욱 활발한 환경 보호 커뮤니티로 성장해나가봅시다.
이번주에 소개드리는 건 이동학씨가 지은 <쓰레기책: 왜 지구의 절반은 쓰레기로 뒤덮이는가>입니다. 이 지구에 쓰레기가 많다는 것도 알고 태평양 어딘가에 쓰레기섬이라는게 있다는 것도 알지만 세세하게 지금 지구 곳곳이 어떤 꼴이 되어 있는지 알고 있진 못했는데요. 이 책이 제 궁금점을 시원하게 풀어주면서 동시에 경각심을 불러일으켜주었습니다. 저자가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각국의 쓰레기 처리 방법, 쓰레기 문제를 취재해 만든 책입니다. 개인적으로 몽골의 쓰레기산 문제, 대기오염 문제에 놀랐습니다. 너른 초원에 양떼들과 게르(몽골식 천막집), 더없이 맑은 밤하늘을 상상했는데... 울란바토르 근처의 야산에 빽뺵하게 게르를 치고 모여든 일자리를 찾는 유목민들과 그들이 석탄과 타이어를 태우며 겨울을 보내서 생기는 대기오염이라니... 우리 행성의 심각한 쓰레기 오염 문제를 알고 싶다면 꼭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