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좋아하시나요? 그러시다면 이번 이야기가 조금은 불편하실 수도 있는데요.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와 메탄, 아산화질소 등 온실가스 배출량의 가장 큰 축을 담당하는 것이 바로 축산업이라고… 어느 정도냐면 지구 온난화를 초래하는 온실가스 중 3분의 1 이상이 농업생산 과정에서 나오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이 축산업에서 발생된다고 해요. 이는 식물기반 먹거리에서 내뿜는 양의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즉, 육류 및 유제품, 달걀 등을 많이 소비할수록 지구 기후 망가지는 속도에 가속도가 붙는다는 거지요.
저는 이 사실을 알기 전까지 왜 비건들이 그렇게 비건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지 이해하지 못했었습니다. 그냥 동물권 존중을 심하게 하는 사람들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축산업의 거대한 규모와 그로 인한 환경 파괴 비용에 대해 알고나니 절로 “야, 이거 비건 해야겠는데?!” 소리가 나더라구요. 물론 저는 완전한 비건으로 사는 건 솔직히 못할 거 같아요. 하지만 한 손 정도 거들고 싶은 마음은 있는 관계로 제 선에서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생각해보았습니다.
고기를 덜 먹어보자!
기후 변화에 악영향을 미치는 음식 순위 TOP10 중 무려 6개가 고기입니다. 유제품 제외해도 고기의 비중이 이렇게 높아요. 정말 축산업이 지구를 망가뜨리는 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네요. 그래서 고기를 조금이라도 덜 소비하는 것이 좋겠다 싶어 궁리해봤습니다 (아예 안 먹는다는 선택지는 차마…)
우선 고기 요리를 메인으로 식사하지 않을 것, 삼겹살을 구워먹는다거나 스테이크를 먹는다거나 등등… 고깃덩어리를 와구와구 먹는 식단을 선택하지 않는게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대체식단으로 예를 들어 돌솥비빔밥은 고기도 들었고, 달걀도 들어서 비건은 아니지만 양적으로 봤을 때 구운 고기를 메인으로 하는 식단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훨씬 적겠죠. 즉, 고기를 즐기더라도 여러 야채나 두부를 듬뿍 넣은 레시피(예를 들어 전골)로 즐기거나 국거리로 먹는 정도로 타협하고 고깃덩어리 요리를 먹지 않는 것. 저는 우선 이 정도로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하루 한 끼 비건식 도전하기
비건식 레시피를 활용해도 좋고, 요리가 어렵다면 단순히 샐러드나 과일 정도만 먹는 선에서 도전해도 좋을 거 같습니다. 하루 세끼 전부 다 그렇게 하면 너무 힘드니까 하루 한끼만.무리해서 완벽한 비건이 되려고 하다가 포기하는 것보다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선에서 비건식 라이프 스타일을 받아들이는 편이 장기적으로 환경보호에 더 유의미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거라 봅니다. 저는 아침식사를 과일식으로 대체하니까 쉽게 하루 한끼 비건식이 가능해지더라구요. 제가 샐러드는 잘 못 먹어서 (생야채를 먹으면 소화가 잘 안 되는 체질😭) 고민하고 시도해본 끝에 과일식이 좋더라구요. 과일은 드레싱도 따로 필요 없고 말이죠.
비건 식품 팔아주기
사람들의 관심이 기업들을 움직여 점차 비건식이 간편식품으로도 등장하기 시작했지요. 기쁜 일입니다🎉 알아본 결과 풀무원에서 가장 다양한 비건 식품들을 판매하고 있었는데요. 비건 김치, 떡볶이, 두부 너겟, 만두, 덮밥소스, 두부면 등등… 예상보다 선택지가 많아서 원한다면 하루 두세끼 다 비건식으로 할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저도 하루 한끼 비건식에 완전히 익숙해졌다 싶으면 이런 식품들을 적극 활용해서 하루 두끼 비건식으로 진화(?) 해보려구요.
그런데 맛있어야지?
그래서 먹어보았습니다. 풀무원에서 나온 비건 철판제육볶음밥! 아니 이게 바로 집 앞 동네 마트에 있더라구요. 이런 건 온라인으로만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유통망 빵빵한 대기업이 참여해주니 이렇게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구나 싶었어요. 역시 대기업들 옆구리를 콕콕 찔러야 환경을 보호할 수 있겠다 싶어지는 포인트.
어쨌든 그래서 먹어보았습니다. 전자레인지에 삼분 삼십초! 준비 간단해! 쉽게 말하자면 콩고기로 만든 제육볶음밥인데… 신라면도 매워서 못 먹는 저에겐 상당히 맵긴 했지만 결론적으로 맛은 나쁘지 않았어요. 고기맛이긴 한데 고기 특유의 묵직함, 기름진 느낌이 없어서 좋았습니다. 고기맛은 즐기면서 속은 편안한 느낌!
이렇게 간편하게 비건식을 식단에 들일 수 있다니 하루 한끼만 비건식 먹는 거 제법 할만해보이지 않나요? 비비고에서도 플랜테이블이라고 비건 만두를 발매하는 모양이고 앞으로 찾아보면 찾아볼수록 비건 식품이 슈퍼마켓에 많이 등장할 거 같아요. 기특해서 돈쭐을 내주고만 싶어집니다.
현실적인 선에서 차근차근 갑시다.
그래도 역시 살아온 습관이라는 것도 있고 내가 비건식을 받아들이려고 해도 가족들이나 주변사람들까지 강제적으로 끌어들이기도 어려운 일이고 하니 앞으로도 고기를 먹기는 하겠지만 제가 컨트롤 할 수 있는 선에서 그 양과 빈도를 줄여나가보려고 합니다.
소에라 가족분들도 지구를 위해 고기를 줄여나가보면 어떠실까요? 고기 먹으러 가자고 하는 친구나 가족에게 고기 말고 비빔밥 먹으러 가자, 떡볶이 먹으러 가자 등 대안을 제시해보는 정도의 작은 시도라도 좋습니다. 지구를 위해 지구에 사는 우리 모두를 위해 한끼라도 고기를 줄여봐요.
:: 소에라 추천 코너 ::
이 코너에서는 매주 하나씩 환경과 관계된 책이나 다큐멘터리, 뉴스레터 등을 소개합니다. 설문조사를 통해 추천을 받고 있으니 좋은 정보를 알고 계시면 망설이지 말고 공유해주세요. 모두의 정보를 모아 더욱 활발한 환경 보호 커뮤니티로 성장해나가봅시다.
이번주에 소개드리는 건 구독자 분으로부터 추천 받은 타일러 라쉬(그 타일러 맞습니다) <두 번째 지구는 없다> 입니다. 설문조사를 통해 추천을 보내주셨는데 마침 저도 읽으려고 했던 차여서 기뻤습니다. "환경운동이라고 하면 너무 급진적인 느낌이 들고 강한 메시지 때문에 솔직히 거리감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는데, 환경 운동이 필요한 이유를 자연스럽게 공감하게 해주는 책이라서 추천하고 싶다." 맞아요. 환경운동이라고 하면 좀 과격한 느낌이 들기도 하죠. 사실 필요한 건 실생활 속에서의 작은 실천들인데 말이죠. 결과적으로 기업이나 정부 등 거시적인 차원에서의 변화가 필요하긴 하지만 그런 변화들 또한 개개인의 작은 의지들이 모여야 나타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렇게 환경 운동이 왜 필요한지 잘 설명해주는 이 책은 보물과도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