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좋아하시나요? 저는 좋아하는 문제를 떠나 마시지 않으면 매일 매일 너무 졸려서… 잠을 이기기 위해서라도 커피를 마셔야만 하는 사람이랍니다 (별명: 잠만보) 그러다보니 집에 캡슐 커피 머신도 두고 살고 있는데요. 캡슐 커피의 양대산맥인 네스프레소와 일리 머신을 둘 다 가지고 있답니다! 좀 과한 거 아닌가 싶지만 제가 직접 산 건 아니고... 네스프레소는 7년 전에 선물로 받은 거고, 일리 머신은 이벤트에 당첨돼서 2년 전쯤에 받은 거에요.
캡슐 커피의 마음 불편한 편리함
캡슐 커피는 정말 굉장합니다. 캡슐 쏙 넣고 버튼 띡 누르면 따뜻한 커피가 쪼로록 나와요. 관리도 어렵지 않아서 가끔 캡슐 없이 가동하면 뜨거운 물이 내부를 청소해주고... 정말 자판기만큼이나 편리한데 이걸 집안에 둘 수 있다니 커피를 즐기기 참 쉬운 시대입니다. 단, 캡슐 쓰레기가 나온다는 점... 그것도 엄청 많이 나온다는 점... 이거... 어떻게 버려야 좋은지??? 이 문제로 늘 마음 불편해하다가 이번에 제대로 각잡고 고민&조사를 해보았습니다.
네스프레소 캡슐의 경우
네스프레소의 경우 알루미늄 캡슐을 씁니다. 그런데 이게 안에 커피 찌꺼기가 들어있어서 분리배출을 하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처음에는 그냥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리곤 했는데 몇년 전부터 네스프레소에서 다 쓴 캡슐들을 수거해주더라구요. 네스프레소 측에서 수거해간 캡슐은 분리해서 커피가루는 비료로, 캡슐은 펜, 자전거 등의 원료로 재활용 한다고 해요. 놀랍게도 알루미늄이기만 하다면 정품 캡슐이 아니라도 받아주고 있습니다.
문제는 네스프레소 호환이 되는 캡슐 커피가 여러 커피회사들에서 출시되고 있는데 캡슐이 알루미늄이 아닌 플라스틱인 경우들도 꽤 있다는 거에요. 일일이 뜯어서 커피가루 꺼내고 분리배출하는 방법이 있기는 한데 이게 고온에서 버티는 플라스틱이다보니 일반 플라스틱보다 분해 속도가 느려요. 고온에 견디는 플라스틱의 경우 재질에 따라 분리배출해도 그냥 폐기처분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즉석밥 그릇을 분리배출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 들어보신 적 있지 않나요? 그래서 최근 햇반에서는 빈 용기들을 수거해서 자사에서 직접 재활용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죠. 하여간 그래서 커피 캡슐도 플라스틱인 경우에는 재활용 문제가 어렵습니다.
일리 커피 캡슐의 경우
일리의 경우 플라스틱 캡슐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 캡슐을 보관하는 통 자체는 깡통이라 분리배출이 쉬운데요 (네스프레소의 경우 캡슐 포장 상자가 코팅된 종이 상자라 분리배출 대상이 아님) 캡슐이 고온에 견디는 플라스틱... 어려워요... 분리배출해도 재활용 안 될 재질이면 어떡해... 게다가 이거 열기가 쉽지 않아요. 검색해보면 전용 오프너가 따로 있습니다. 오프너까지 사서 분리배출하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존경을 보내지만 이 플라스틱, 분리배출해도 재활용 될지 확실치가 않습니다.햇반 용기가 폐기 대상이라는 걸 안 뒤로 저는 고온에도 쓸 수 있는 플라스틱은 되도록 안 쓰는게 상책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배달음식 시켜먹을 때 오는 전자레인지 사용 가능한 플라스틱 용기들도 좀 껄적지근합니다.
그럼 어쩌면 좋나?
만약에 제가 캡슐 커피 머신을 가지고 있지 않았더라면 모카 포트를 샀을 거 같아요. 저는 가스레인지를 쓰고 있어서 모카포트를 쓰면 딱일 거 같더라구요. 그래서 사려고 알아보기도 했었는데요. 모카포트는 스테인레스로 되어 있고, 한 번 사면 평생 쓸 수 있는 아이템이더라구요. 종이 필터 같은 것도 사용하지 않아서 친환경적이고. 커피 원두를 맘대로 골라서 넣을 수 있다는 점도 좋고. 레트로한 감성이라 (이탈리아에서 자취하는 필링) 또 마음에 들었습니다. 국산 모카포트도 있어서 탄소발자국 걱정도 덜하구요.
하지만 이미 커피 머신이 두 대나 있는데 모카포트를 추가로 사는 건 좀 그렇지 않나 싶은 고민이 있어 더 알아봤는데요. 그러다 '리필 캡슐'이라는 신문물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캡슐 커피 머신에 호환이 되는 🌟스텐 리필 캡슐🌟이라는 것이 있더라구요! 아니,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원두를 사다가 쓰레기 걱정 없이 캡슐 커피 머신으로 신나게 마실 수 있다는 이야기잖아요?! 스텐 캡슐 청소가 귀찮으려나 생각했는데 커피라서 그냥 브러쉬로 털고 물로 씻어내면 끝이에요. 이야, 오랜만에 환경 문제로 고민하다 정답을 찾은 기분입니다. 일단 지금 있는 캡슐 커피들부터 마시고 마음에 드는 커피 원두를 찾아서 스텐 리필 캡슐과 함께 구매해볼 생각입니다.
제가 네스프레소와 일리를 둘 다 써본 결과 커피 맛은 일리가, 기계의 완성도는 네스프레소가 훨씬 좋았는데요. 스텐 리필 캡슐을 쓰면 네스프레소 호환 리필 캡슐에 일리의 분쇄 원두를 넣어서 이용할 수도 있더라구요. 정말 제 상황에 딱 맞는 정답이네요.
참고로 스테인레스도 종류가 여러가지인데 304가 제일 안정적이고 튼튼하거든요. 그런데 스텐 커피 캡슐들도 다 304더라구요. (보통 304 또는 27종이라고 불림) 저처럼 캡슐 커피 머신을 가지고 계시거나 회사에서 이용하고 계시다면 꼭 스텐 리필 캡슐 사용을 고려해봐주세요. 쓰레기 걱정 없이 마시면 커피가 더 맛있겠죠 :) 정말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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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코너에서는 매주 하나씩 환경과 관계된 책이나 다큐멘터리, 뉴스레터 등을 소개합니다. 설문조사를 통해 추천을 받고 있으니 좋은 정보를 알고 계시면 망설이지 말고 공유해주세요. 모두의 정보를 모아 더욱 활발한 환경 보호 커뮤니티로 성장해나가봅시다.
이번주에도 구독자 분의 추천을 소개합니다. 아래는 구독자분의 추천을 그대로 인용한 것입니다.
<리얼리티 버블>이라는 과학서적을 추천하고 싶어요. 우리가 살고 있는 거품세상, 보고도 못보고 있는 것들에 대해 다루는 책인데요. 다 읽고나니 알을 깨고 나와 같지만 다른 세상을 마주한 기분이었어요. 정말 많은 깨달음과 경이로움을 느끼게 해준 책이구요. 과학서적이지만 책을 잘 안읽는 저도 이해하기 쉽고 재밌었던 아주 잘 쓰여진 책이예요. 우리가 살고있는 우주, 환경, 지구, 유기체들에 관심이 있으시거나 개안의 경험을 하고싶은 분들께 꼭 강력추천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