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이 골프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골프를 쳐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기 때문이죠. 제가 뭐 대단한 재능이 있어서 권유 받고 그런 건 아니고 요즘 골프가 그렇게 인기라네요? 안 하고 넘어가기 어렵다는 분위기라고...
별게 다 유행하고 난리야
골프하면 저는 아저씨들이 사업하면서 치는 거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요즘은 젊은 사람들이 그렇게 즐겨친다는군요. 새로운 시대의 낚시래요. 자고로 낚시라고 하면 한번 빠지면 가족을 등지고 일도 안 하고 낚시에만 몰두하게 되어 평생 가난을 면치 못한다는 그런 몹쓸 취미인데... (그래서 옛날에는 낚시광이 죽으면 낚싯대를 싹 태워서 없애버렸다고) 골프도 그런 식의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는 그런 취미인 걸까요? 주변 평판을 들어보면 낚시처럼 중독성이 있긴 한가보던데요. 정말 별게 다 유행하네요.
설마 골프가 이렇게 대중화되다니...
사실 저는 골프를 칠 줄 압니다. 실제로 필드에 나가서 쳐본 적은 없지만 프로에게서 몇개월 동안 강습을 받은 적이 있어요. 그때는 회사에 다니고 있을 때라서 장차 커리어적으로 필요할 거라는 판단에 배우긴 했는데요 (업계에 따라 필요성이 다를 수 있습니다) 커리어와 전혀 상관 없이 취미로서 골프 같이 치자고 주변에서 권유 받을 날이 오다니... 골프가 이렇게까지 대중화되다니 어안이 벙벙하네요.
환경파괴를 엄청 한다던데...
필요성을 느끼고 배워보기는 했지만 저한테 골프는 환경을 엄청 파괴한다는 이미지가 있어서 거부감이 들어요. (제가 골프에 재능이 없어서 그러는게 결코 아닙니다! 재능이 없긴 하지만!) 그도 그럴 것이 산과 숲을 밀어 없애고 짓는 거잖아요. 게다가 늘 잔디를 푸릇푸릇하게 유지하기 위해 농약도 엄청 쓸 거고... 인간이 구슬치기 좀 하겠다고 인공적으로 너른 잔디밭을 만든다는게 정말 불편하게 느껴집니다. 그냥 스크린 골프나 치면 안 되나?
환경친화적 골프란 가능한 것인가
이번에 골프 권유를 받은 걸 계기로 (계속 거절하기 어려운 관계이기에...) 환경친화적으로 골프를 칠 수는 없나 알아보았는데요. 이 부분에 문제를 느끼고 해결책을 강구하는 노력들이 이미 있더라구요. 물론 완벽한 해결책은 아닙니다만... 나름 괜찮아 보이는 아이디어들이 있었어요. 우선 쓰레기 매립장 위에 골프장을 만드는 것. 쓰레기 매립장은 사회에 꼭 필요한 시설이면서 동시에 누구도 근처에 두고 싶지 않아하는 혐오시설이죠. 인천에 있다는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의 광활한 모습이 떠오르는데요... 곧 매립 한계에 도달한다는데 그럼 그 위를 흙으로 덮고 골프장으로 만드는 방법, 나쁘지 않을 거 같습니다. 실제로 서울의 쓰레기 매립지였던 난지도도 퍼블릭 골프장으로 오픈한 적이 있습니다만 시대를 너무 앞서가서 또 정치적인 이유로 현재는 노을공원으로 탈바꿈 되었습니다. 지금처럼 골프가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시대였으면 핫플레이스가 됐을지도 모르겠네요. 어쨌든 혐오시설을 그렇게 활용하는 거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 외의 아이디어들...
쓰레기 매립지 외에도 폐광이나 폐교를 활용하자는 방안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지방에는 그런 식으로 버려진 시설이나 땅들이 제법 있는데요. 아무것도 없는 공터로 두기보다는 골프장이 되는게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골프장을 관리하면서 나오는 깎은 잔디들을 퇴비화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라고 하고요. 이미 유행해버리고 있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골프 애호가들이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높여준다면 산과 숲을 깎아 만든 골프장이 아니라 (이건 법으로 금지되었으면...) 버려지거나 외면 받는 시설 부지에 지어진, 친환경적인 잔디 관리를 하는 골프장들이 늘어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골프를 칠 것인가
환경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골프는 룸싸롱 문화의 연장선 같은 느낌이 있어서 꺼림칙 합니다만... (대표적으로 '머리 올린다'는 표현, 이 표현이 너무 싫어서 필드에 아직 나가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만약 주변의 성화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골프를 치게 되는 날이 온다면 꼭 골프장이 환경적으로 책임을 지고 있는지, 자연친화적인 노력을 하는 곳인지 묻고, 말하는 그런 골퍼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만약 이미 골프를 치고 계시는 소에라 가족이 계신다면 다니시는 곳이 환경적으로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알아봐주세요. 지구에게 떳떳한 골퍼가 되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