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구석구석에서 좀 더 에코하게 할 수 없나 고민하는 노력이 무색하게도 저는 매일 운전을 해야만 하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자동차보다는 대중교통을 좋아하고, 대중교통보다 걷는 걸 더 선호하지만 어쩔 수 없이 매일 운전을 해야 해요.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줘야 하거든요 ㅠㅠ 저출산시대라면서 어린이집은 왜 이리 부족한지... 집 바로 앞 어린이집은 경쟁률이 너무 쎄서 맞벌이에 2자녀도 못 비벼보는 상황이라 제 아이는 멀리 있는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답니다. 국공립 어린이집이라 차량 지원도 되지 않아서 매일 아침, 매일 오후 아이를 데려다주고 데리고 와야 하는데 거리가 멀어서 아이랑 도저히 걸어서 다닐 수가 없어요.
운전하기 싫다고...
번거로운 것도 번거로운 거지만 제가 운전하는 걸 참 좋아하지 않아서 고통스럽습니다. 남이 운전해주는 버스나 지하철이 좋아요. 운전...되도록 하고 싶지 않습니다. 물론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도 신경쓰이구요. 제 차는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낡은 세라토인데 부모님도 중고로 사서 타셨고 또 이걸 섬에 계실 때 한참 타셔서 바닷바람에 차가 많이 상해있어요. 그래도 엔진은 아직 돌아가서 타고는 있는데 하이브리드가 아니라 기름값이 만만치가 않네요.
대안 찾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한번 기름 넣을 때마다 십만원은 족히 나오는데다 신호가 많은 시내 주행을 매일 꾸준히 하다보니, 또 차가 너무 낡은 탓(?)인지 이 기름이 오래 가지도 않더라구요. 궁여지책으로 아침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그 동네에 주차를 한 다음 나는 걸어서 집에 왔다가 하원 시간에 맞춰 다시 걸어가서 차를 몰고 아이를 데려오는 생활도 한동안 해봤습니다만... 거리가 제법 되다보니 한여름에는 도저히 못하겠더라구요. 전동 자전거로 아이 등하원을 시키는 집도 있길래 저도 고려해봤는데 이번 장마철을 겪어보고 그것도 길이 아님을 깨달았지요. 결국 현실적으로 차를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연비 좋은 자동차를 사려고 해도...
더 이상은 안 되겠다, 돈은 없지만 연비가 좋은 새 차로 바꾸는게 장기적으로 금전적으로나 환경적으로 답이겠어!! 하고 자동차 대리점을 찾아가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계약했습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해서 필요한 부품 수급이 되질 않아 자동차 수령까지 1년은 기다려야 한다네요? 그래도 계약은 하긴 했지만... 참 뭐랄까, 역시 세상은 연결되어 있고 모든 문제 또한 연결되어 있다는 실감이 들었습니다.
연결되어 있는 문제들...
동네마다 보육시설이 충분했더라면 저는 매일 같이 자동차를 몰지 않아도 됐겠지요. 전쟁이 나지 않았더라면 저는 빨리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교체해서 환경에 지우는 부담을 줄일 수 있었겠지요. 언뜻 보면 환경과 관계가 없어보이는 '보육시설의 부족', '먼나라의 전쟁' 같은 문제들이 저를 오늘도 기름을 태우며 아침저녁으로 도돌이표처럼 오가는 지극히 환경파괴적인 행동을 하게 합니다. 고통스럽습니다...
내년부터는 다르게!
내년에는 아이가 유치원에 갈 수 있는 나이가 되기 때문에 내년부터는 반드시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가까운 유치원 (다행히 마음에 드는 곳이 가까이에 있음)에 보내겠노라 다짐하는 매일입니다. 물론 유치원도 부족한 실정이라 원하는 곳에 입학할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고, 원하는 유치원의 원비가 비싸다보니 재정적으로 부담할 수 있느냐는 걱정도 있습니다만... 적어도 매일 기름 태우진 않겠구나 생각하면 돈 좀 들어도 가까운데 보내보자 싶어지는 거에요.
모든 것은 밸런스의 문제
돈, 시간, 체력 그리고 나를 둘러싼 환경 등 생활의 방향성을 잡을 때 고려해야 될 부분이 많습니다. 저는 모든 방향성을 정할 때 환경적인 부분을 염두에 두고는 있습니다만 아이 등하원 문제처럼 현실적으로 해결이 어려운 부분들이 있지요. (내년부터는 돈을 더 쓰는 걸로 해결한다!) 살림하는데 있어서도 같이 사는 가족들의 비협조적인 부분이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정말 관심을 가지고 노력을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매일 절감하고 있습니다. 적당히 밸런스를 잡고 조금이라도 나아지도록 계속해서 생활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겠지요.
개인적이지만 일반적인 이야기
이번주 뉴스레터는 이렇게 제 개인적인 환경에 대한 고민(자동차!!)과 현실을 이야기해봤는데요. 아마 소에라 가족분들도 각자의 생활 속에서 뜻하지 않게 환경 파괴에 공헌(?)하게 되는 부분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어쩔 수 없는 이런 현실에서 무력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은 그렇다치고 어쩔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면 거기에 더욱 집중해보자고 생각합니다. 완벽한 한 사람의 노력보다는 불완전한 백명, 천명의 노력이 더욱 효과적일테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 컨트롤 가능한 부분에서 좀 더 환경을 위해 노력하는 매일을 보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