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챌린지에 도전해봤습니다. 지난 수요일 하루를 '플라스틱 프리 챌린지'로 정하고 플라스틱 쓰레기를 발생시키지 않는 걸 목표로 살아봤는데요. 생각보다 쉽게 되는 부분들도 있었지만, 의외의 부분에서 문제가 되는 것들도 있었습니다. 여러모로 생각할 부분이 많았지요.
아침식사 자리에서부터 쓰레기가...
저는 엄청나게 입이 짧은 아들을 키우고 있는데요. 요즘 아이가 즐겨 먹는 핫도그가 있는데 아침부터 이걸 먹겠다고 꺼내오지 뭡니까! 그래서 아침식사 자리에서부터 플라스틱 (비닐) 쓰레기 발생! 다른 거 먹자고 설득할 수 있는 아이라면 설득해봤을텐데 워낙 고집이 세고 입이 짧아 뭐라도 먹어주기만 한다면 감사한 상황이라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안쪽을 물로 씻고 비닐로 분리해서 배출했습니다.
내가 아파서 지구도 아파...
밥 먹고 약 챙겨먹다가 깜짝! 저는 지병 때문에 매일 약을 먹고 있는데요. 약봉지도 플라스틱이라는 사실을 이날에서야 새삼스레 깨닫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양이 대단한 건 아니지만 매일 꼬박꼬박 나오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있었다니... 제가 아프다는 이유로 쓰레기를 매일 만들어내고 있었네요. 작아서 바다로 흘러들어가기라도 하면 바닷새나 물고기들이 삼키기 쉬울 거 같아서 비닐로 분리배출했습니다.
점심 식사 자리도 위험했다...
점심에는 마침 외식할 일이 있었는데요.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을 식당을 골라서 갔는데 아뿔싸! 일회용 물티슈를 주지 뭡니까! 점원이 줄 때 바로 거절했어야 했는데 타이밍을 놓쳐서 일단 사용하지 않고 조심히 옆에 치워두고 나왔습니다. 작지만 플라스틱 쓰레기를 만들 수 있었던 위기를 잘 넘겼다고 셀프 쓰다듬 해봅니다.
식후 커피는 집에서 내려 마심
외식 후 자연스럽게 식후 커피를 사마시고 싶다는 충동에 시달렸으나 갑자기 결정된 외출&외식이었기에 텀블러를 지참하지 않아 집에 와서 텀블러에 커피를 내려마시는 걸로 해결했습니다. 일회용 커피컵은 재활용도 안 된다는데 일회용 커피컵 쓰레기를 만들지 않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그러나 커피캡슐이라는 맹점이...
커피캡슐 기존에 먹던 것이 남아있어서 아직 리필용 스텐 캡슐을 구매하지 못하고 있는데요. 기껏 일회용 커피컵 안 썼다고 좋아했는데 커피 캡슐 쓰레기가 나왔지 뭡니까! 잘 분해하면 분리배출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시도해봤지만 역시나 이거 은박지 부분 접착이 너무 강해 완전 분리가 어려웠습니다. 이렇게 여러 재질이 섞이면 재활용 대상이 될 수 없지요... 그래서 커피 캡슐이라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일반 쓰레기'로 배출할 수 밖에 없었다는 슬픈 사실...
장보러 가서도 비닐 쓰레기 발생
장바구니는 늘 가지고 다닙니다만 이 날 장보기는 오랜만에 가는 거였기도 했고 아이가 옆에서 요것도 사자, 저것도 사자 해대서 제가 들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을 사게 되고 말았어요. 그래서 습관적으로 "배달시킬게요"라고 하자마자 직원 분이 커다란 배달용 파란 비닐을 꺼내시는데 순간 아차 싶었습니다. 현재 저 파란 비닐봉투는 저희집에서 비닐 쓰레기 모으는데 사용되고 있습니다.
사탕 장난감 포장지...
아이가 장볼 때 음료수를 사달라고 해서 페트병이 아닌 캔음료수를 사주는 걸로 플라스틱 쓰레기를 피했다고 좋아했는데 사탕이 들어있는 전화기 모양 장난감을 샀다는 걸 깜빡했지 뭡니까! 장난감이야 당분간 갖고 노는 거라고 해도 그걸 둘러싸고 있던 비닐 포장지라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당장 발생했습니다. 물론 비닐로 분리배출했습니다.
요구르트 포장지
아이가 요구르트도 사달라고 해서 샀는데 요구르트는 단가가 낮아서 그런지 4줄 묶음을 한번에 묶어서 팔더라구요. 그래서 냉장고에 넣을 때 포장 비닐이 엄청 나왔습니다. 4줄을 통째로 묶은 비닐도 나오고, 각 줄마다 비닐 포장이 나오고... 요구르트 병도 플라스틱인데... 어쨌든 오늘 나온 비닐은 분리배출하긴 했지만 앞으로 요구르트 관련해서 비닐 쓰레기라도 줄이려면 요구르트 정기구독을 해야 하나 잠시 고민했습니다.
결국 문제는 먹거리였다!!
하루 동안 플라스틱 쓰레기를 안 만들려고 이래저래 노력해봤습니다만 결국은 이렇게 쓰레기가 생기긴 했습니다. 근데 대부분이 '비닐' 쓰레기에요. 다른 플라스틱들은 어떻게든 피해지던데 비닐이 정말 피하기 어렵네요. 그것도 먹거리를 포장하는 비닐이 문제에요! 인간은 과연 플라스틱으로 포장된 것들을 먹고 살고 있다는 실감을 했습니다. 저희집 근처에는 재래시장도 없어서 꼭 마트에서 장을 보게 되는데 마트는 야채과일도 비닐로 싸서 판다는 점이... 제 현실 안에서 어떻게 해결해야 좋을지 좀 더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네요.
가족들의 협력은 어떻게 얻어야 할까...
1인 가구였을 때는 집안 정책(?)을 맘대로 정하고 실천할 수 있어서 편했는데 가족과 함께 살다보니 쓰레기 좀 줄여보자는 당연하고 옳은 일도 맘대로 되지 않네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 경우 아이와 관련해서 쓰레기가 많이 발생했습니다. 아직 아이가 어려서 제대로 설득하기가 어렵긴 합니다만 앞으로 마트에서 간식을 사더라도 비닐 포장이 덜 된 것을 고를 수 있게 유도하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러분의 챌린지는 어땠나요?
지난주 뉴스레터는 보시고 저와 함께 플라스틱 프리 챌린지를 시도해보신 소에라 가족분들은 안 계실까요? 만약 계시다면 설문조사로 들어가서 전하고 싶은 의견 질문에 자유롭게 후기를 적어주세요. 만약 시도해보지 못하셨다면 이번주 뉴스레터가 시도해볼 계기가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사람마다 사는 방식이 다르고 상황도 환경도 다르니 각자의 삶 속에서 스스로 관찰해보고 고민해보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