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반년 전쯤에 이사를 했는데요. 이사하기 전부터 이사하고 나서 지금까지 끝도 없는 정리와 분류와 솎아내기의 나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니, 결코 부자는 아닌데 어째서 이렇게 가진게 많죠? 왜 저는 돈 주고 사놓고 안 쓰는 물건이 이렇게 많은가요? 저만 이렇게 사는 건 아니겠지요? 소유물이 너무 많아서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집이 답답하게 느껴질 정도로 복작거린다는 느낌이 들어 안 쓰는 물건 솎아내기를 멈출 수가 없어요. 그리고 필연적으로 솎아낸 물건 처리가 고민이 되기 마련인데요...
버리기엔 아깝고 갖기엔 안 쓰는...
전부 쓰레기로 내놓기에는 양도 문제지만 물건 상태들이 너무 좋은게 많아요. 사놓고 손이 안 가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접시 같은 새 물건들도 수두룩하구요. 그래서 최대한 제 물건들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렇게 된다면 내가 허투루 쓴 돈도 아주 헛되지는 않겠거니...) 기부할 수 있는 곳들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뉴스레터는 그래서 어떤 물건을 어디에 기부하면 좋을지에 대한 내용입니다.
장난감 기부하기
저는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저출산 시대라 집안에 아이가 얘 하나라서 정말 장난감 선물이 끝도 없이 들어옵니다.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졸업하는 것들도 있고, 너무 넘치는 것들도 있고, 사줬는데 안 갖고 노는 것들도 있어서 솎아낼 물건이 많은데요. 장난감이라는 거 의외로 재활용이 안 됩니다.여러 소재가 섞여있는 경우가 많아서 일반쓰레기로 나가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그래서 기부처를 알아보았습니다.
장난감을 기부 받아 고치고 손질해서 취약 계층 아이들에게 나누어주는 사회적 기업입니다. 제 뉴스레터를 읽어주시는 분들 중에는 아이가 없는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취미로 장난감을 모으셨다 후회 중이시거나 하신 분도 계실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소개해봅니다.
미혼모 시설에 기부하기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는데요. 아이를 낳으면서 임신용품도 엄청나게 늘어났었답니다. 저는 아이를 하나만 키울 계획이라 더 이상 쓸 일이 없기에 제가 입었던 임부복을 비롯하여 선물 받았지만 쓸 일이 없었던 출산 후 준비물들(손목 보호대나 유두 보호대 같은 것들)과 신생아 케어 용품들을 모아 미혼모 시설에 기부를 했어요. 미혼모 시설에도 여러 곳이 있는데요. 저는 '애란원'에 기부를 했습니다. 여기는 출산, 육아 관련 물품만이 아니라 일반 물품도 받아서 바자회를 통해 수익을 내어 활동에 사용하시거든요. 육아 용품이라면 아기들을 보호하는 시설에 보내는 방법도 있습니다만 아는 사회복지사님 말씀에 따르면 아기들 돌보는 시설은 기업들에서 후원이 많이 들어와 물품이 넘치고 오히려 미혼모 시설들 쪽이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하시더라구요.
안 입는 멀쩡한 옷 너무 많지 않나요? 아직도 성장기인가 자꾸 옷이 작아지기도 하고... 저는 옷에 너무 추억이 많이 깃들면 심적으로 무겁게 느껴져서 못 입게 되더라구요. 동네 곳곳에 있는 의류 수거함에 넣으면 간단하지만 거기에 넣은 옷들이 저소득 국가에 팔려가 대부분 쓰레기가 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 이제는 되도록 기부를 하려고 합니다. 다행히 의류는 기부받는 곳도 많아요.
옷캔 외에는 옷 이외의 물건들도 받고 있습니다. 민우회의 경우 매년 여는 바자회 물품을 모집할 때 보내면 됩니다. 이외에도 지역의 제로웨이스트 가게들에서 의류 및 기타 물품들을 기부받아 재판매하고 있으니 알아보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제가 사는 중랑구에서는 '보탬상점'과 '숲스토리'에서 기부를 받고 있습니다.
안 쓰는 안경 기부하기
어지간한 물건들은 위에서 언급한 업체들을 통해 기부할 수 있는데요. 정말 어려운 게 안경이었어요. 저는 안경을 쓰는 사람인데요. (일회용 렌즈는 쓰레기 문제로 쓰지 않음) 도수가 바뀌면서 새로 안경을 맞추면 기존 안경은 그냥 짐덩어리가 되더라구요. 그래서 저 비싸고 멀쩡한 걸 버려야 하나 고민했는데 안경 기부를 받는 곳이 있었습니다!
안경을 기부 받아 아프리카, 아시아의 저개발 국가, 저소득층 이웃들에게 전달해주는 단체입니다. 저도 당장 안 쓰는 안경과 안경테들을 모아 여기로 보내려구요. 부모님도 동생도 다 안경을 쓰는데 보내기 전에 이제 안 쓰는 것들 있으면 내놓으라 그래서 한번에 보내야겠어요.
약간만 신경쓰면 쓰레기가 아닌 자원으로...
버리는 거에 비하면 품이 많이 들긴 하지만 기부를 하면 쓰레기가 되지 않고 누군가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되거나 저렴하게 판매되거나 또 그렇게 판매된 금액이 사람을 돕거나 하게 된다니... 기부는 정말 멋진 거 같습니다. 소득이 있는 분이라면 대부분의 기부 업체들에서 기부금 처리를 해주니 연말 정산에 활용할 수도 있어요. 돈을 기부하는 건 쉽지 않아도 물품은 집안 정리를 하다보면 쉽게 모을 수 있지요. 저는 집 한켠에 상자 하나를 두고 '우리는 더 이상 안 쓰지만 남에게 선물해도 좋을만한 상태인 물건'들을 모았다가 한번에 기부를 하곤 합니다. 미니멀리즘을 위해서, 환경을 위해서, 함께 사는 공동체를 위해서 우리 모두 물품 기부에 도전해봐요!